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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생활

내가 사이버 에이전트를 퇴사하는 이유

시부야에 사는 사람 2018.05.13 00:26
2016년 교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해, 일본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던 사이버 에이전트를 퇴사한다.
원래는 1년 더 회사에 있다가 3년을 채우고, 내년 2019년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올해 4월부터 이직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직 활동을 시작한지 약 3주만에 오퍼를 받게 되었다. 내 이직활동은 시작이 꽤나 충동적이고 갑작스러웠는데, 끝도 갑작스러웠다.

나는 사이버 에이전트를 좋아했다.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다른 더 좋은 회사 많다고 다른데 가라고 주변 애들이 말할 때에도 나는 이 회사를 고집했다. 사이버 에이전트 내에서 부서를 정할 때에도, 나는 programmatic ad를 하는 부서를 고집했다. 인터넷 광고가 메인인 회사이고, 인터넷 광고는 앞으로도 더 큰 성장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회사를 왜 퇴사 했는지 이제부터 말하도록 하겠다.

    멍청한 애들이 많다. 

    • '21세기를 대표하는 회사' 가 이 회사의 슬로건인데, 21세기에는 바보들만 남나 보다. 내가 말하는 멍청한 애들은 대부분 영업직이다. 그들의 하는 일이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 프로그래머와 고객사의 연결다리 역할만 하는 것 같다. 앵무새처럼 내가 한 말을 그대로 고객사에 전달하고, 고객사에서 들은 말을 그대로 나에게 전달 할 뿐이다. 그냥 앵무새처럼 양쪽의 말 전달만 해주고 비슷한 급여나 혹은 높은 급여를 받아가면 그 일 차라리 내가 하고 싶다. 왜 머리아프게 내가 프로그래밍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켜 주려고 하면 그때만 이해한 척 'お〜なるほど!' 라고 말하고 뒤돌아서면 까먹는 그들이다. 그들의 머리속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르겠으면 그냥 프로그래머에게 와서 물어보면 된다. 그들은 우리를 네이버 지식인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다. 다음날 또 다음날 계속 찾아와서 엄청나게 죄송한 척을 하며 몇번이나 같은 것을 물어본다.
    • 우리 부서의 팀은 모두 100% 출자회사인 자회사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각 팀마다 사장 a.k.a 책임자가 있다. 들어오자마자인 깡 신입의 열정을 보고 회사 대표로 채용해 보는 것은 좋다. 근데 무능한 것이 증명되고, 맡는 것 마다 다 말아먹는 애를 왜 자꾸 채용시켜주는지 알 수가 없다. 처음부터 농대 나와서 광고와는 좆도 관련 없는 애를 열정 단 하나만 보고 채용한 부서장은 얼마나 답이 없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입사하자마자 책임자로 대표가 된 이놈은 블로그에다 자기처럼 책임자가 되고 싶으면 사이버 에이전트로 오라고 적어놨다. 열정 하나 보고 책임자 시켜주는 회사라고.. 그거 보고 입사하는 신입들이 개나소나 다 책임자 하겠다고 하고, 말아먹는데도 계속 시켜주는 걸 상상하면 이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

      급여가 잘 안 오른다. (내가 있는 부서에 한정될 수 있다)

      • 사이버 에이전트는 평균연봉이 나름 높은 수준에 속한다. 사이버 에이전트에 입사하면 모두가 그렇게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분명 많이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가 만족할 만큼 못 받는 사람들은 참다가 퇴사한다. 같은 부서에 들어온 동기들은 이미 반 이상 퇴사했다. 사이버 에이전트는 반년마다 한번씩 평가를 받아 급여 갱신이 이뤄지게 된다. 내가 최근 1년동안 맡았던 일은, 우리팀(자회사)의 매출 기네스 갱신을 이끈 광고서비스의 셀링포인트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 혼자 처음부터 담당해서 개발한 것이다. 그 광고서비스의 매출기네스 갱신을 통해 망해가던 우리팀이 부활하는 것을 보며 내가 우리팀의 이익 향상에 큰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평가를 하는 자리에서도 엄청난 평가를 받았기에 급여를 나름 기대했었다. 그런데, 급여는 진짜 쥐꼬리만큼 올랐다. 엄청난 평가를 해주는 척만 했던지, 쥐꼬리만큼 오른게 엄청난 평가의 합당한 대우라면 이 회사에서 그릴 수 있는 내 미래는 암울하다. 얼마전에 회사에서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은 부서 총매출액이 또 기네스 달성 했다고 축하하는 여행이었다. 인터넷 광고 시장 성장세의 힘을 입어 매출은 계속 오른다. 경영진과 책임자들은 행복하다. 부서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내 지갑은 축제가 아니다. 

      회사의 미래가 어둡다.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2949646017042018000000/

    •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급여가 오르지 않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0억엔의 적자가 나고 있는 AbemaTV를 광고사업본부의 210억엔의 영업이익으로 메꾸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광고 시장은 사상최대인데 다른 사업 손실 메꾸느라 보너스도 안 안나오고 급여도 잘 안오르는게 아닐까. 이직할만큼 능력있는 애들은 사기가 꺾여 다들 이직해 나가고 있다.

    결론

    • 사이버 에이전트 전 부서를 훑어본 것이 아니라 내 얘기만으로 전체를 단정짓지 말자. 내가 현재 소속해 있는, 퇴사 예정인 이 부서도 워크-라이프-밸런스도 잘 맞고 사실 나쁘지는 않다. 다만 급여면에서 만족 하지 못하다보니 다른 나쁜 것들이 눈에 더 잘 띄는 것이다. 
    • 약 1달 전에 있었던 회사 총회에서 작년 1년동안 엄청난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직접 사장이 얘기한 것을 봐선 왠지 다들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 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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