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의 생각

현대판 노예수송선 전철

시부야에 사는 사람 2018.06.12 00:10

팩폭. 요즘 읽고 있는 부자들의 추월차선. 그동안 나는 반농담으로 노예라고 말해왔지만, 나는 이제야 정말로 노예의 조건에 합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껏 시부야의 회사를 다닐 때에는 대중교통을 탈 일이 없었다. 집에서 보도로 10분 거리에 회사가 위치 했었기 때문에,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쾌적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었다. 6월부터 롯본기(정확히는 1초메)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는데.. 진짜 지옥철이다.. 내 상황은 사진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나는 현재 7:30즈음에 시부야에서 긴자선을 타고, 타메이케산노 溜池山王, 그리고 남북선으로 갈아타 롯본기잇초메 에서 내린다. 

긴자선은 시부야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시작은 나름 쾌적하다. 앉아서 가려는 많은 사람들이 타지 않기 때문에 만원열차까지는 되지 않은 상태로 출발한다. 한조몬선과의 환승역인 오모테산도, 오에도선과의 환승역인 아오야마잇초메, 마루노우치 그리고 한조몬선(나카타초)의 환승역인 아카사카미츠케 역을 지나치며 사람들이 엄청많이 밀려든다. 그리고 남북선으로 환승하면 타메이케산노에서 절정을 달한다. 역무원이 뒤에서 밀어줘도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세네번 정도 더 열리고 나서야 겨우 닫힌다.  내가 탈 때까지만 해도 아 슬슬 전철이 한계겠구나 하면서 조심스럽게 탑승했지만 엄청난 압력으로 뒤에서 밀어부치는 바람에 내가 순식간에 중간부분에 위치할 때마다, 내가 전철의 공간을 과소평가 했구나 라고 반성하게 된다. 

뒤에서 정신 없이 밀어부친 사람들 때문에 내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은 다른 사람 몸 사이에 껴 있다. 내 쪽으로 가지고 오고 싶지만, 도저히 옴싹달싹 할 수 없다. 이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눈을 감거나 나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도 보지 않은 채로 한정거장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없다.

노예들의 일자리가 몰려있는 롯본기(노예 수용소).. 드디어 도착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다시 밀물처럼 우루르 밀어부친다. 귀에 꽂혀있던 에어팟이 충격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도저히 줏을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외우고 있던 출구방향으로 서둘러 몸을 향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람들로 가득차 앞으로 나서는게 더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의 사람의 발을 보며 나의 보폭을 조정해 기계적으로 출구로 향한다.

이 짓을 며칠 해본 나에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전철은 현대판 노예수송선이구나.. 우린 지금 일터로 보내지는 자발적 노예들이구나.. 라는 것이다. 전철에서 내려서도 노예처럼 줄지어 일터로 향한다. 줄에 묶여 있지 않을 뿐.. 급여로 묶여 있다.

위 그림을 보고 비현실적으로 비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말하기엔 본인의 삶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바로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때와 지금은 강제적이냐, 자발적(돈을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이냐 차이만 있을 뿐, 우린 매일같이 노예수송선을 타고 주인님의 지갑을 두껍게 해주기 위해 일터로 나간다. 그리고 월급날에는 정부가 세금을 떼어가고 남는 돈을 받는다. 형식적으로 노예제도가 없어졌을 뿐이지 현대에도 노예는 존재한다. 바로 나, 그리고 우리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노예에게 가죽가방은 사치인 것 같다. 한동안 가죽가방을 가지고 다녔는데, 사람들에 눌려서 다 찌그러져서 망가지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노예답게 싸구려 천가방을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며칠간 노예수송열차 타고 출퇴근 했더니 복잡한 기분이 든다. 
호텔 사장 아줌마처럼 당당하게 얼굴 내걸 수 있는 레벨이 되고 싶다. 
노예 탈출 하고 싶다.
어쩌면 로그아웃이 제일 빠를지도..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