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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다이칸야마 크래프트 맥주] Spring Valley Brewery

시부야에 사는 사람 2017.06.18 18:38

요즘 포스팅이 뜸해서 내가 뭐하고 사는지 모두들 궁금했을 것이라 믿는다. 적어도 '나는' 모두들 궁금해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싶다. 요즘은 매일 저녁 퇴근 후, 함께 동네 한바퀴 산책하면서 살고 있다(나카메, 에비수, 다이칸야마, 이케지리, 코마바, 오쿠시부, 시부야역 쪽은 최대한 피한다). 하루종일 컴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까 출퇴근 하는 10분 정도를 제외하면 하루에 걷는 양이 너무 적은 것이다. 운동도 하는 셈 치고, 나 없는 동안 혼자 시간을 보냈을 와이프도 답답했을 거 같아서.. 되도록이면 퇴근 후에 피곤해도 날씨가 허락하는 한 되도록이면 산책 하려고 하고 있다. 

퇴근 시간 후 저녁의 다이칸야마는 매우 평화롭고 고요해서 마치 우리 둘이 이 도시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 같아서 너무 좋다. 내가 한국에서 살던 곳도, 밤에는 어둡고 사람들도 사라져서 한국에서 살던 동네와 비슷하다고 느껴서 좋기도 하다.

그렇게 에비수, 다이칸야마를 산책하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Spring Valley Brewery. 뭔가 괜찮은 맥주를 만들것만 같은 네이밍과 건물의 생김새.. 들어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거 같았다. 

그래서 마음의 소리를 순순히 받아들여 맥주를 마시기로..

입짱! 꽤나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공간과 테이블과 카운터다. 두번 와봤는데, 언제나 꽤 늦은 시간에 와서 그런지 가게가 풀방이 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거의 한산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마실지.. 메뉴판을 들었더니만 16종류의 크래프트 맥주가 있는 것이다!! 헐... 뭐 마시지?

고민고민 하지 않고, Beer Flight 라는 6가지 종류의 맥주를 100ml씩 마실 수 있는 샘플러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각맥주의 특징과 설명이 적혀 있다. 맥주도 색이 참 알록달록 하구나. 카스나 하이트 처럼 물 많이 마신 오줌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모금 마신 순간..

하아!!!!

그렇다. 이곳의 맥주는 훌륭했다. 나는 496, on the cloud, Afterdark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그 중에서도 Afterdark는 커피향이 나는 듯 했으며, 목넘김은 매우 부드러웠고, 내가 지금껏 마셔본 흑맥주 중에 최고였다. 편의점에서 파는 기네스 따위는 지금 당장 분리수거장으로 보내서 액체와 캔으로 분리해, 액체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냉각수로 써야 할 정도였다. 아마도 이곳에서 맥주를 직접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이전에 왔었을 때에는, 각 기계에 맥주가 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맛은 외국인들에게도 인정 받았는지 많은 수의 외국인들이 맥주를 즐기고 있었고, 나와 같이 처음 온 사람들은 Beer Flight 를 주문해 각 맥주를 비교해가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281개라는 구글맵 리뷰에도 불구하고 평점 4.4를 지키는 위엄. 여긴 진짜라는 말이다.

일단 나는 Beer Flight 마시면서  최고라고 느낀 Afterdark를 필수로 주문하고, 왠지 이름부터 끌리는 Fine Bitter Lab 이라는 맥주도 주문해 보았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쭉쭉쭉쭉~! 크으.. 보이는가 저 컵에 남아있는 거품.. 극도의 부드러움. Afterdark 는 이름 처럼 어두워진 후에 달을 보면서 조용히 음미하기에 최고인 거 같다. Afterdark와 대화를 나누며 한모금 한모금 마신다. Fine Bitter Lab 역시 절제되어 있는 쓴맛을 보여준다. 아사히, 에비수 같이 일본에서 대량생산하는 맥주도 충분히 맛있지만, 이곳에서 마실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나는 기분좋게 취해버리고 말았다. 이곳은 자주 와야 할 곳이다. 

이자카야나 pub 같이 떠들석 하게 맥주 마시는 것 과는 달리, 와이프와의 심야 산책길에 차분히 맛있는 맥주 한잔씩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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